한국이야기 2008.08.03 22:58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4년 동안 수행한 과제 종결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희비가 교차하는 다수의 회상이 컴퓨터 문자판을 두드리는 손길을 멈추게 한다. 27년 간의 연구소 근무를 통해서 전차사격통제장치(VJG 880K) 체계개발, 열상장비 기술개발, 레이저 발진기 기술개발, 레이저 경고장치 기술개발 등 전자광학분야의 체계개발사업 및 기술개발과제의 과제책임을 맡아 여러 사업을 수행하면서 받았던 느낌보다 더 유난히 나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95년 4월부터 지긋지긋(?)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3년 간의 보직(전 기술연구본부 1부장)을 조직개편으로 자연스럽게 벗어나 연구실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며, 레이저 경고장치기술의 조사/분석을 통해서 연구계획 수립/작성을 마치고, `’97년부터 연구인력 3명인 소규모의 분할과제 과제책임자로서 조용한 행복감을 느끼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간이 2년도 지나지 않아 `’98년 10월부터 레이저 연구팀장을 맡게되었으며, ‘고에너지 레이저 발진 기술’ 과제의 사업계획서를 작성 제출하는 것이 첫 번째 직면한 임무가 되었다.

전자광학실장을 맡고 있었던 `’90년도 고에너지 레이저 기술개발계획을 연구소 중장기계획에 반영할 때, 당시 부소장을 역임하셨던 구상회 박사님으로부터 “연구소를 말아먹을 작정이냐?”하는 꾸지람을 듣고 그 후 자신이 없어 몇 번 계획을 1년씩 순연하다 보니 중장기계획에서 삭제되었던 사실 등이 회상되면서 사업계획을 구상할 때마다 정신적 압박감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저렸었다. 그 당시 국내에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무했으며, 필자도 신문이나 잡지 정도를 통해서 얻은 상식으로 풍월이나 읊는 수준이었다.

부랴부랴 정신없이 도서관으로 뛰어가, 여러 학술지를 뒤적거려 연구논문 몇 개를 구해 연구실에 앉아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냥개처럼 눈을 상하좌우로 굴리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따르릉 울리면서 나의 삼매경을 깨트려 버렸다. 그 후 ‘연구활동비 비과세 적용방안 검토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어 연구활동비 세부처리 기준(안) 작성에 초읽기로 쫓기면서 혹사당했다. 그 일을 마친 10일 후가 사업계획서 제출 마감. 나는 그 때부터 연구논문 독파와 사업계획작성 등의 두 행위를 병렬처리해야만 했다. 그렇다! 나는 그 날부터 parallel processing 기능이 있는 첨단 컴퓨터가 되었던 것이다.

과제가 시작되었던 첫 해 ``’99년 3월까지는 과제책임자와 매우 우아하고 아리따운(?) 연구원 1명이 전부였으며, 다행히도 4월에는 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는 전문분야 박사 2명을 채용하여 총 4명으로 연구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 후 6개월 정도 고에너지 레이저 기술의 조사/분석, 설계에 필요한 전문지식의 습득, 다수의 기술 세미나 등을 거쳐서 시스템 설계 및 시제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야릇하고 호기심을 돋구는 사건들이 발생했는데, 시제업체인 D사의 팀 리더인 화학을 전공한 모 박사가 개발도중 미국에 직장을 구하여 줄행랑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래! 충분히 이해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암담했을까? 내 심정도 당신과 다를 바 없지! 또 한 사건은 레이저 공진기 설계에 필요한 상용 프로그램 운용을 담당한 홍일점(?) 연구원이 “10년 후 연구원들의 미래가 훤히 보인다”고 하면서, 자비로운 미소를 보이면서 연구소를 떠나갔다는 사실이다. 그래! 앞날에 찬란히 영광이 도래하길 빈다! 시집갈 때 청첩장만은 꼭 보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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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하여 2년쯤 되었을 때, 불화중수소 레이저가 국내 최초로 제작되었다. 불소/수소, 불소원자/중수소의 2단계 연소반응을 이용하는 것으로, 레이저 발진시 극소량이라도 인체에 접하면 치명적이며 극히 미량이라도 흡입하면 불임의 요인이 되는 유독 기체의 누출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한다. 그러므로 레이저 발진실험의 첫 단추는 과제책임자의 몫이다. 처녀 총각과 아직 어린애가 없는 유부남은 모두 대피하라! 연구소와 D사의 남아있는 연구원들이 긴장으로 하얗게 변색된 얼굴을 보면서, 나는 레이저에 첫 불을 붙였다. 그 후 3개월 동안 “아무리 불을 때도 빛은 나오지 않습니다!”라는 말만 계속 들었을 뿐이다. 그래! 어린애도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10개월이 걸리는데, 그게 어떤 빛인데 그렇게 빨리 나오겠어? 일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문제가 있는 조직사회에서는 회의가 많은 법이다. 기술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대책회의만이 밥먹듯이 열렸을 뿐이다. 봄날을 문전에 둔 어느 날, 레이저 공진기를 통해 적합한 연소반응을 나타내는 푸르스름한 빛을 보았고,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던 무색의 빛은 종이에 불을 붙이면서 우리에게 첫 윙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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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레이저 발진에 성공했던 날부터 우리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출력증대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힘차게 몰아 부치게 되었다. 드디어, 과제 최종목표인 출력 00㎾급 시제를 완성하여, 조급한 마음 때문에 D사가 준비한 행운을 비는 고사를 후로 미루고 거룩한 발진실험에 들어갔다. “레이저 온” 소리를 들은 후 침묵 속에서 매우 긴 시간이 흐른 후(?), 출력계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리 모두 손뼉을 마주치면서 함성을 질러 댔다. 출력계의 바늘이 0.0㎾를 나타냈을 때, 우리는 희열과 기쁨에 들떠 “오우! 레이저! 오우! 레이저!“만을 연발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첫 발진실험에서 레이저광을 얻을 수 있는 기적을 경험하다니, 더구나 레이저 발진에 필요한 기체유량의 50%에서 이와 같이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다니! 오, 놀라워라 놀라워라! 아멘!

나는 첫 전투에서 적군의 고지를 점령한 지휘관같은 마음으로, 다음 전과에 대한 강력한 기대감으로 충만 되어, 다음 작전을 구상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기체유량을 100%로 증가시키면, 출력은 2배로 00㎾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중학교 학생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희열과 자만에 가득 젖어 둘째 단추를 눌렀다. “레이저 온”. 이제 몇 초 후면 4년 동안 바라고 바라던 꿈이 실현될 것이다! 오우! 레이저광이 강판을 가열하여 뚫으면서 찬란한 빛을 사방으로 분산한다! 그런데 갑자기 빛은 사라지고, 레이저 발진기 위에 하얀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어떻게 된거야? 화학반응시 발생된 열에 의하여 연소장치를 냉각하기 위하여 물을 흘려보내는 냉각수 파이프라인이 터졌다. 레이저 발진기를 분해하여 보니, 불소원자와 중수소를 반응시켜 불화중수소를 발생시키는 초음속 노즐 어레이 뭉치에 군데군데 녹아서 패인 흠집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으며,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 난 화상자국처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과욕은 재앙을 초래한다. 지난 4년 동안 바라던 소망을 단 하루만에 이루려고 했던 욕망이 냉철한 과학적 사고를 마비시켰다. 서둘러서 원인분석과 기술적 대안을 수립하였고, 초음속 노즐 어레이를 다시 제작해야만 했다. 노즐 재료는 본래 열전도도가 좋은 동이었는데, 융점이 높고 가공성이 좋다는 업체의 관점에서 열전도도가 나쁜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뀐 것과 공급되는 헬륨기체 유량이 작아 연소기의 온도가 2,400。K 이상으로 너무 높게 상승된 것이 문제점이었다. 시제업체인 D사의 노력 덕분에 얼마 후 파손된 부분을 보완하여 발진실험을 다시 수행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참관하지 않았고 유능한 팀원 3명이 실험을 수행했는데, 그들의 전화통보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발진실험 도중 해외구매한 불소유량제어기(MFC)가 폭발하면서 실험실 일부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 잘 나간다. 아주 잘 나가요!

미리 일어날 기술적 문제점을 예측하고, 대안을 준비한 자만이 사업추진일정을 맞출 수 있다. 우려 속에서 2개월 전 국내 벤처에서 개발한 소닉노즐이란 제품을 기 제작된 발진기 시스템의 MFC를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제작 추진한 것이 결국 과제 수행 성공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어버렸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우여곡절이 더 있지만 지면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글로서 남겨놓기에는 약간 부끄럽고 거북하여 생략한다. 하여튼,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목표출력을 초과한 발진출력 00.0㎾, 선진국 수준의 화학효율 16% 등의 좋은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끝으로 한 마디 부언하면, ’7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의 대부분 사람뿐만 아니라 필자 자신도 연구결과를 조기에 실용화하여 전력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관념에 젖어 있다. 이러한 관념과 무기체계 연계성에 의한 사업화 용이성 때문에 오래 전 선진국에서 기 전력화되어 성능이 입증된 무기체계의 모방개발을 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주 연구대상이 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 연구소는 일부 국방부 당국자로부터 하위 기술력을 가진 연구소로 인식받는 설움을 받기도 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무기체계 응용을 위하여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은 현재 무기체계 응용성이 기존 기술처럼 명백하지 못하지만, 기술과 더불어 응용개념도 발전될 것이며 머지않은 장래에 21세기 주요 무기체계로 등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로 구성된 첨단복합기술로서 국내기술기반, 투입 연구인력과 예산 등의 제반 국내상황을 고려할 때, 기술개발이 단계적/장기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기술개발추진이 미래 국가방위에 미칠 영향과 결과는 현 시점에서는 예측만이 가능할 뿐, 정확한 판단은 역사의 흐름 속에 이루어질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무내미 http://add.re.kr/webzin/200303/contents/02.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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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목표출력을 초과한 불화중수소 레이저를 사실상 개발을 하였군요..

posted by 지나가다가